원유 가격이 하락할 때, 곡물 가격이 안정되는 이유는?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곡물 가격도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한국의 농산물 가격은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살펴보겠습니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의 동행성, 20년 넘게 이어지는 중!
식량가격은 기후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유가는 중동이나 미국 러시아 등 산유국의 생산량에 의해 좌우됩니다. 따라서 곡물과 원유 가격 사이에 뚜렷한 연관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죠. 그러나 아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20년 넘게 곡물과 원유 가격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발견할 수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바로 바이오 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 때문입니다. 여기서 바이오 연료란, 콩이나 옥수수 등 녹말(전분) 작물에서 포도당을 얻은 뒤 이를 발효시켜 만든 에너지 원을 뜻합니다. 바이오 에탄올은 옥수수로 만들어지며, 바이오 디젤은 콩기름이나 유채 기름 등의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만들어져 경유를 대체하거나 혼합됩니다.
그러나 바이오 연료의 연비가 좋지 않기에, 국제유가가 쌀 때에는 바이오 연료를 최저 레벨로 혼입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반면 원유가격이 상승하는 순간, 바이오 연료에 대한 사용량이 급격히 높아지죠. 미국은 10%, 인도는 7.5%, 그리고 유럽연합은 10%의 상한까지 바이오 연료 혼입 비율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때, 곡물재고가 소진되고 이게 다시 가격을 올리는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셈이죠.
<그림>국제 밀값(붉은 실선, 좌축) 및 국제 유가(검정 실선, 우축) 추이
그렇다면 한국의 식료품 가격은 왜 오를까?
국제 곡물가격이 하락 중인데, 요즘 한국 농산물 가격은 왜 오르는 것일까요? 2023년 한국의 농가 숫자가 처음으로 100만을 하회한 데 이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52.6%에 이른 것이 문제의 근원을 이해하는 핵심 단서라 생각됩니다.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품의 재배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17년 10아르당 527킬로그램의 쌀을 생산하던 것이 2023년에는 523킬로그램에 그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의 사과 재배농가들이 단일 품종에 집중한 것도 문제입니다. 최근 사과값 폭등의 원인은 지난 4월 초 찾아온 꽃샘추위로 사과 꽃이 떨어져, 수확량이 30%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일 한국의 과수 농가가 특정 품종 만 재배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사과 농사를 지었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끝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를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경북 북부를 비롯한 사과 생산지역에서 사과 꽃이 피지 않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과 파동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품종의 사과를 재배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해외에서 사과를 수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힘든 상황이죠.
농촌의 노령화 속에 새로운 품종의 묘목을 심으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데다, 검역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지기는 힘들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도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생각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