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존경하는 매킨리, 그의 관세 정책에서 무엇을 배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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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그의 보호무역 정책은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라, 120년 전 미국 경제를 성장시킨 전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끊임없이 언급하는 한 인물, ‘관세의 왕’이라 불렸던 매킨리 대통령. 그의 정책을 보면, 트럼프가 가려는 길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Policy Options Politiques

트럼프의 우상, 매킨리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활동 당시,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을 꾸준히 언급하면서 자신의 롤모델로 강조했습니다.

“저는 킨리 전 대통령의 팬입니다…그는 관세의 왕(king)입니다.” -2022년 9월, 오하이오 연설 중

그렇다면 120년이 넘은 과거 대통령의 어떤 점이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매킨리 대통령의 경제 및 무역 정책을 살펴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매킨리 대통령의 정책을 트럼프의 행보와 비교하면서 읽으면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출처: Getty Images

무역의 세 가지 요소

경제학자 도그 아이어린에 따르면, 무역 정책에서는 세 가지의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수익, 제약, 그리고 호혜입니다. 수익(Revenue)은 관세를 통해 정부 수입을 창출하는 것, 제한(Restriction)은 국내 산업 보호 및 자급자족 경제 구축, 마지막으로 호혜(Reciprocity)는 관세를 외교 협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국가의 경제 및 무역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하며, 매킨리와 트럼프 모두 이를 정책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매킨리는 관세를 통해 이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수익(Revenue)과 제한(Restriction)

1890년대 미국은 높은 관세 정책과 산업 발전을 통해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정부는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부채도 점차 해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정부는 자본주의 이론에서 강조하는 ‘작은 정부’ 원칙을 중시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려 했습니다. 결국 국고에 자금이 쌓이는 것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게 됩니다.

당시 경제정책을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했습니다.

  • 민주당: 관세를 줄여 정부 수입을 축소하자.
  • 공화당: 오히려 관세를 더욱 높여 수입품 자체를 차단하자.

두 의견 모두 정부 수입을 축소하는 것으로 일치했지만, 방식은 매우 달랐습니다. 하지만 매킨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공화당의 보호무역주의가 그대로 반영되었고, 미국은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합니다. 매킨리 대통령은 정부의 수익을 조절하기 위해 관세율을 50%까지 인상하면서 제한(restriction)의 비중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매킨리 대통령은 결국 높은 관세율과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수입품을 줄이고 재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보호무역주의의 장점인 국내 산업 발전까지 성공하면서, 당시 매우 중요했던 제조산업과 기술력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높은 관세는 여전히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습니다. 바로 인플레이션이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원해왔던 국내 산업 발전과 세수 관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매킨리의 관세 정책에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매킨리 전 대통령 또한 이러한 현실을 받아드리며, 강력한 관세를 철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윌리엄 매킨리는 관세라는 카드를 오히려 역이용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관세를 협상의 카드로 (호혜)

미국은 높은 관세를 통해 자국의 제조업 산업이 크게 성장시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제조업 실력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고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보호무역주의 아래의 산업은 발전의 한계는 극명했으며, 결국 더 많은 수익과 발전을 위해 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는 미국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 미국산 제품의 관세를 낮추도록 요구하는 상호주의(호혜)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즉, 미국이 관세를 조정해 주는 대신, 상대국도 이에 상응하는 양보를 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 경제를 글로벌 시장에서 더 강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으며, 이후 미국이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매킨리의 유사점

트럼프와 매킨리는 관세를 미국 경제 및 정치 전략의 핵심 도구로 삼았습니다. 그는 관세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무역적자를 줄이며,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이 세 가지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 제조업 보호 및 일자리 회복: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해외로 유출시켰다고 보고, 관세를 통해 이를 되찾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2. 무역 우위 확보: 유럽과 중국 등 여러 국가가 미국 제품에 과도한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무역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트럼프는 이러한 상황이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하며, 미국도 관세를 인상해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것입니다.
  3. 무역적자 축소: 다른 나라들이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미국도 이를 상쇄하기 위해 강력한 관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공존할 수 없는 세 가지 요소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재정 흑자와 산업 발전, 그리고 무역 우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앞서 매킨리 전 대통령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 관세를 높이면(제한 강화), 수익과 호혜가 동시에 어려워짐

트럼프가 원하는 것처럼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외국 제품의 수입이 줄어들어 미국 내 제조업이 보호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품이 줄어들면, 미국 정부가 관세를 통해 벌어들이는 세수(수익)도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타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수출을 줄이고 피해를 입을 위협이 커지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들도 피해를 보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즉, 관세를 높이면 수익도 못낼 뿐더러 호혜로도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2. 관세를 낮추고 수익을 늘리면, 국내 제조업의 불확실성

만약 트럼프가 단기적으로 정부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세율을 낮춘다면, 더 많은 수입품이 유입되면서 정부가 더 많은 관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미국 기업들이 외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지며, 결국 국내 제조업이 위협을 받을 것입니다. 즉, 트럼프가 가장 원하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라는 목표와 상충됩니다. 정부가 관세 수익을 늘리려면, 외국 제품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는 국내 산업 보호라는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3. 호혜를 강화하면서 포기하는 제한

트럼프가 원하는 미국 중심의 무역 협상(호혜 정책)을 강화하려면, 다른 국가들에게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라”는 압박을 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국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므로, 결국 미국도 자국의 관세를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무역 협상을 원활하게 만들려면 관세를 낮춰야 하지만, 이는 결국 트럼프가 보호하려는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 또한 관세를 낮추기 때문에 미국 수출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는 결코 나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 가지 요소(수익, 제한, 호혜)를 모두 동시에 극대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도 매킨리처럼

트럼프가 관세를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해도, 결국 그는 매킨리처럼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단, 미국 제조업과 기술력부터 살려!

트럼프는 현재 매우 강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며 미국 제조업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중국의 견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2018년 당시 중국에 25% 관세 이후 많은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트럼프는 경험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관세를 더욱 부과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상대로 지지않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 딥시크를 통해 미국의 기술력을 매섭게 쫓아가고 있습니다. 매킨리도 1890년대 초반, 매우 강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며, 자국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만큼 트럼프 또한 이러한 결과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 다음에는 재정관리와 무역!

시간이 지나면, 높은 관세로 인해 미국의 무역량이 줄어들고, 국내 산업 발전의 한계를 느낄 것입니다. 매킨리도 보호무역을 시행한 후 무역과 정부 수익을 위해 새로운 관세 조약을 고려했습니다. 트럼프 역시 무역 협상을 통해 일부 국가들과 관세 조정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킨리는 자국 산업이 충분히 성장한 후, 관세를 조정했기 때문에, 트럼프 또한 다른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가능서이 매우 높습니다. 트럼프도 결국 미국 기업들의 성장과 국제 무역 질서를 고려하면서 관세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즉, 트럼프도 처음에는 강력한 보호무역을 추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킨리처럼 “관세를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 트럼프의 전략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어쩌면 매킨리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의 정책이 현재에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매킨리 전 대통령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분석일 뿐이며, 트럼프의 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매킨리의 행보를 참고하면, 트럼프 역시 보호무역을 강화한 뒤 협상을 통해 유연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들이 작용할지는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이 트럼프 대통령이 매킨리를 우상으로 삼는 이유와 그의 정책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