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미국의 47대 대통령을 알리는 취임식에서 트럼프가 자신있게 소리쳤던 말입니다. 46대 대통령 바이든과 그 옆에 나란히 서있는 부통령 헤리스의 표정만 봐도 바이든 정부는 막을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두 트럼프의 당당한 표정과 말솜씨에 현혹되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미국에 찾아올 큰 변화에 대한 예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큰 변화 중 하나인 전기차 산업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
바이든 정부 당시 전기차 구매를 강제하는 명시적인 연방 차원의 “의무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트럼프는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을 늘리기 위한 바이든 전 정부의 여러 정책을 겨냥한 것입니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주요 EV 관련 정책과 노력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기차 소비량 목표입니다. 바이든 전 정부는 2030년까지 자동차 소비량 중 전기차가 50%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물론 실제 수요와 맞지 않은 수치였지만, 다양한 정책과 노력을 통해 이 목표치에 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는 전기차 구매시 세액 공제를 해주는 것입니다. 이 정책은 소비자가 새로운 전기차를 구매할 시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파격적인 가격 디스카운트로 작용해, 실제 전기차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의 64%, 그리고 기타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의 49%가 이러한 혜택이 전기차 구매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있습니다. 바이든 전 정부는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을 통해 승용차 및 상업용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 성분에 있는 해로운 요소들을 최대한 빼도록 했습니다. 이 기준에 통과되지 못한 차량들은 판매 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및 대체 연료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6천900억원을 전기차 인프라에 투자해, 9200개의 충전소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의 ‘철회’는 이러한 세제 혜택 폐지, 미국 환경보호청(EPA) 규제 완화, 전기차 관련 인프라 자금 축소를 포함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전통적인 내연기관(ICE) 차량을 보호하고 자동차 산업의 기존 구조를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해석됩니다.
일자리와 자동차 산업 보호?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EV 정책이 미국 노동자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에 해를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전기차를 생산할 때 부품 수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보다 적어, 조립에 필요한 노동력이 줄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의 연설에서 “우리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며 위대한 미국 노동자들에게 성스러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산업의 발전이 노동시장에 큰 감축을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EV 조립 라인에서의 노동력 감소는 배터리 제조와 재활용을 포함한 EV 공급망 전반에서 창출될 새로운 일자리로 상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셀 생산과 주요 광물 조달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 일자리 손실을 보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의 정책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 생산에서 기존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유럽이 빠른 속도로 전기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전기차 산업을 대하는 자세는 세계 EV 시장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크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기업의 미래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전기차 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전기차 관련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게 되면, 테슬라와 같은 기존 전기차 선도 기업은 전기차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가 줄어들면 리비안과 같은 스타트업이나 EV 전환을 추진 중인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EV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은 가장 입증된 브랜드인 테슬라로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이 EV 전환 속도를 늦추는 동안, 유럽과 중국은 EV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은 EV 생산과 수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브랜드가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하고 아시아 및 유럽 브랜드가 EV 개발을 주도하는 ‘분리된 자동차 시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 시대에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기업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입니다. 도요타와 같은 기업은 미국 전환 속도가 느려지면 다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일본 기업은 하이브리드 및 ICE 차량에서 수익을 계속 올리면서 경쟁력 있는 EV 모델을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미래를 향한 양날의 검
트럼프의 EV 인센티브 및 의무화 철회 제안은 경제, 환경, 산업 우선순위를 균형 있게 조율하는 데 있어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특정 부문을 보호할 수 있지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전기차 산업에 있어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 아서 리틀(Arthur D. Little)의 매니징 파트너인 스즈키 히로토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10년 후 EV가 진정으로 대세가 되었을 때 우리가 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미국 일자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EV로의 글로벌 전환은 불가피합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를 주도할 것인지, 뒤따를 것인지, 아니면 뒤처질 것인지입니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미국 전기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