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뱅크런 원인은?
실리콘밸리와 벤쳐 캐피탈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미국 서부의 지방 은행 SVB는 2020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합니다. SVB의 가파른 성장은 정보통신 기업의 주가 급등과 스타트업 붐 때문이었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미국 벤쳐 업계에 모인 돈이 3,3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늘어난 반면, 정책 금리가 제로 수준에 떨어짐에 따라 실리콘 밸리에 돈이 흘러넘쳤죠. 따라서 SVB의 예금은 2017년 말 440억 달러에서 2021년 말에는 1,890억 달러로 불어났죠. 문제는 같은 기간 SVB의 대출은 230억 달러에서 660억 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던 것입니다. 즉 예금은 1,890억 달러인데 대출은 660억 달러이니, 약 1,230억 달러 상당의 돈이 대출 이외의 다른 자산으로 투자되었음을 뜻합니다. SVB는 여 돈 대부분을 장기채에 투자했습니다. 제로 금리로 예금을 받아 0.5~0.7% 전후의 이자를 지급하는 1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SVB의 예상과 달리,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파국이 시작되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의 듀레이션(금리 변화가 채권 가격에 미치는 민감도)이 6~7 전후이니, 1%의 금리 상승은 6~7%의 채권 가격 하락으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2022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 때 4%선을 돌파했으니, SVB의 투자는 연 20% 이상의 손실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고객들의 예금이 그대로 묶여 있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평가상의 손실이지, 만기까지 버티면 원금에 약간의 이자를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벤쳐캐피탈과 스타트업 경기가 나빠지며 예금은 2021년 말 1,890억 달러에서 2022년 말에는 1,730억 달러로 줄어들었습니다. 줄어든 예금은 어쩔 수 없이 보유 채권을 팔아서 메울 수 밖에 없었고, SVB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파월 미 연준 의장이 3월 8일 열린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이하 ‘FOMC’)에서 정책 금리를 0.50%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SVB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SVB가 뒤늦게 보유 국채를 매각했지만, 워낙 보유 규모가 커 3월 8일 하루에만 18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한 것이 뱅크런을 불렀던 것입니다. SVB에 대한 뱅크런이 신속하게 촉발된 또 다른 이유는 이 은행 예금의 93%가 예금보험 한도(25만 달러) 이상의 영역에 있었던 데 있습니다. SVB는 실리콘밸리에 특화된 은행이었기에, 일반 고객보다는 기업 및 금융기관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죠.
<그림 1> 자신의 예금을 찾기 위해 SVB에 몰려든 고객의 모습
연쇄적인 은행 위기로 이어질까?
실리콜 밸리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지역은행, SVB의 뱅크런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2008년의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당시 워싱턴 뮤추얼을 시작으로 리만 브라더스까지 연쇄적인 은행위기가 발생하면서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바 있죠.
다행히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SVB는 아주 특수한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예금을 대출로 운용하고 있기에, 최근의 금리 상승은 은행들의 수익성을 개선시킨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연준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금리 상승이 출현할 경우,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또 다른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위기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SVB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거래가 많았기에, SVB 파산 이후의 충격이 이 분야로 확산될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즉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가운데 파산하고, 벤쳐캐피탈이 추가적인 펀드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SVB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으며, SVB 자산 내역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 공개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VB 사태는 급격한 금리 변화가 경제의 취약한 부분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현상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즉 신용도가 낮은 채권에 대한 대규모 매도 공세가 촉발될 수도 있으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도 있죠. 물론 아직까지는 가능성의 영역일 뿐입니다만, 연준 등 금융 정책당국이 위험 징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듭니다.
<그림 2> 지난 5년 간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추이(%)
⭐️핵심 요약️️⭐️
- 실리콘 밸리를 무대로 활동하던 미국 14위의 은행 SVB가 대규모 뱅크런 끝에 파산했음.
- SVB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급증한 예금 대부분을 미 국채에 투자했는데, 금리인상으로 큰 손실을 입음.
- SVB 고객 대부분이 기관 및 스타트업이었기에, 예금보험 대상이 아니기에 고객의 예금인출 위험이 높은 편이었음.
- 대부분의 미국 은행들은 대출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기에, 채권 금리 상승으로 SVB처럼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음
- 다만 SVB 사태가 연쇄적인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연준 등 정책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