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이 꾸준히 개선되는 혁신적인 경제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업 파산과 금융기관 부실화, 자산 가격 폭락, 그리고 인플레에 맞선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의 충격이 겹칠 때에는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지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은 수출이 경제 규모에 비해 크다는 게 문제가 됩니다.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워낙 큰 데다, 해외의 수요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에 나타나듯, 수출은 플러스 50%에서 마이너스 30%를 오갈 정도로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죠.
그렇다면, 수출이 부진할 때에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요? 이때 정책 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봅니다. 공공 부문 고용을 늘리는 한편, 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 등이 그 대안이 되겠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내수 성장률 마이너스!
일단 내수 부문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심각한 부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잠시 마이너스 성장하다 회복되는 중이었지만, 2023년 내내 부진에 빠져드는 모습이었습니다.
내수 경기가 코로나 이후 장기 불황 징후를 보이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재정긴축에 원인이 있습니다. 아래 두 번째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국가 중에서 2020년 이후 가장 재정적자를 적게 낸 나라에 속합니다.
가파른 디레버리징 진행!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이 긴축적으로 운용된 데다, 2022년 이후 급격한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인 것도 내수 경기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2020~2021년의 GDP대비 가계부채 레벨이 추세를 크게 벗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이후 너무 가파른 속도로 부채가 줄어드는 중입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비은행권의 대출 감소입니다. 보험과 캐피탈 그리고 증권사 등 비은행권 대출은 상대적으로 차주의 신용도가 낮은 데다 고금리인데, 이 부문 대출의 감소는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PF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도 심각!
비은행권 대출이 감소하는 이유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이 크고, 또 손실 위험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증권사 PF 연체율은 13.7%에 이르며,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연체율도 각각 6.9%와 4.7%에 이릅니다.
더 나아가 자본대비 PF대출 잔액이 상호금융은 70%에 육박하며, 저축은행은 60%를 넘어서는 중이죠. 따라서 비은행권의 대출은 앞으로 늘어나기 힘들 전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은행권 대출도 최근 크게 늘어나지 않는 데 있습니다. 2024년 2월 기준으로 단 2조원 증가에 그쳤고, 전 금융권 기준으로는 1.8조 줄어들었습니다.
디레버리징은 과거의 부실을 털어낸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쇄적인 파산 위험을 높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미래 연체율 상승에 대비해 은행 마저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 경제 전체로 신용경색 현상이 파급될 위험이 높아지죠. 따라서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2024년 한국경제는 수출 회복 속에 내수 빙하기를 겪게 될 전망입니다.
요약 및 결론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수출이 잘 될 때 경제 전반에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최근 수출 전망의 개선 속에서 내수 부문의 성장률은 이제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2022년부터 지속된 재정긴축, 그리고 금리인상 영향 때문이죠. 더 나아가 2023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부동산 PF 부실 위험 속에 가계대출 디레버리징이 발생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2024년 한국경제는 수출 회복 속에 내수 빙하기를 겪게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