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폭락의 원인과 전개 방향은?
지난 주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파운드화 폭락 사태였습니다. 1 파운드에 대한 달러 환율은 한 때 1.08이 깨졌으며, 10년 만기 영국 채권 금리는 4%선을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 가치는 상승하기 마련인데, 영국 파운드 화는 정반대 되는 흐름을 보인 셈입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1> 파운드에 대한 달러 환율(우축)과 1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좌축)
파운드 환율(GBPUDE)
- 1파운드에 대한 달러의 환율을 나타내기에, 환율 하락은 곧 파운드 약세로 볼 수 있음
- 2019년 기준으로 전세계 외환 거래량의 12.8%를 차지하는 세계 제 4위의 통화
- 참고로 미 달러는 88.3%, 유로가 32.3%, 일본 엔이 16.8%를 차지하고 있음
- 각 통화의 거래량 합계가 100%를 넘어서는 이유는 외환거래가 양 방향 거래이기 때문.
감세 정책 시행이 패닉을 유발한 이유는?
9월 23일, 영국의 신임 총리 리즈 트러스는 전격적으로 감세정책 시행을 밝혔습니다. 향후 4년간 490억 달러(약 72조원)의 세금을 깎아 주기 위해, 법인세 증세를 포기하는 한편 연 15만 파운드(약 2억 4천만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 구간을 없앤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 정책이 평상시에 시행되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단행되는 중이라는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강력한 인플레를 억제할 목적으로 미국부터 영국중앙은행까지 일제히 금리를 인상하는 중이니 정부 정책도 긴축적으로 흐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감세 정책은 부유층의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의 투자 활력을 높일 수 있지만, 대신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높여 인플레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감세정책은 재정수지를 악화시켜 이전보다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을 높이죠. 이 결과 영국 금융시장은 일대 패닉에 빠졌습니다. 투자자금이 영국에서 빠져나가며 파운드/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한편, 금리는 치솟았죠.
<그림 2> 영국의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막대, 좌축)과 재정수지(점선, 우축)
영국의 미래는?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감세정책 철회이겠습니다만, 현재까지는 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당장은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의 시장개입이 유일한 대응이라 하겠습니다. 채권을 매입해 시장금리의 상승을 억제하고, 외환시장 참가자의 불안감을 진정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인플레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등 다른 중앙은행의 협력이 필요합니다만,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단행되는 가운데, 달러강세가 끝없이 지속되는 중이니까 말입니다. 특히 8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가 전월에 비해 0.6% 상승하는 등 인플레 압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영국 정책당국의 결단 혹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증폭되며 각국 중앙은행의 긴급 정책공조가 형성되는 것이 해답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상의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파운드 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림 3> 미국 달러가치(파란선,좌축)와 10년 만기 국채금리(녹색선,우축)
⭐ 핵심 요약 ⭐
최근 파운드 가치 폭락 사태의 원인 및 향후 전망은 다음과 같습니다.
- 파운드에 대한 달러 환율이 1.08을 깨고 내려가는 등 파운드 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 파운드 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영국의 신임총리가 감세정책 시행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 감세는 인플레 억제를 위한 영란은행의 정책방향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인데다, 재정적자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시켰다.
- 영란은행의 시장 개입 영향으로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 철회 혹은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 없이는 파운드 가치의 폭락 흐름을 되돌리기는 힘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