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8년 연속 상승하면서 2021년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 5천만원을 돌파했습니다. 2019년 기준 한국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4,818만원이니, 평균적인 가계가 서울의 아파트를 사려면 20년 이상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ㆍ통계청(2021), 『2020년 가계금융 복지조사).
상황이 이렇게 되니,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N포세대((N抛世代)’라는 신조어가 유행합니다. 여기서 N포세대란, N가지를 포기한 사람들의 세대를 뜻하는데.. 3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를 뜻하며 5포세대는 집과 경력을 포함하여 5가지를 포기한 것을 의미합니다(세계일보(2013.6.19), 『취업준비생 이별 이유 1위…삼포세대의 비극』).
불황을 기회로 활용하면 어떨까?
따라갈 수 없을 수준으로 올라가버린 주택가격에 망연자실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꾸준히 저축하고 자산을 불려 나감으로써 대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불황을 활용’함으로써 서울 아니라 뉴욕 등 세계 주요도시의 부동산을 매입할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불황을 활용할 것인가?
아래<그림>은 과거 우리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환율이 급등했음을 보여줍니다. 경기가 얼어붙고 실업자가 늘어날 때는 항상 환율이 상승했고, 반대로 경기가 좋고 취업자가 늘어날 때에는 환율이 하락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 탓이 큽니다.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인데다, 수출 경기의 변화 폭이 워낙 크기 때문이죠.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2009년으로, 그 전 해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9%나 줄어들었습니다. 2020년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불황이 시작되며 수출이 5.4% 줄어든 가운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죠.
이처럼 세계경제에 큰 변화가 생길 때마다 한국경제가 충격을 받는 현상을 ‘공급 사슬망의 채찍효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프록터앤갬블(P&G)의 아기 기저귀 물류 담당 임원은 수요 변동을 분석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장영재(2010), 『경영학 콘서트』, 264쪽.).
아기 기저귀라는 상품의 특성상 소비자 수요는 늘 일정한데 소매점 및 도매점 주문 수요는 들쑥날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주문의 변동폭은 ‘소비자-소매점-도매점-제조업체-원자재 공급업체’로 이어지는 공급사슬망에서 최종 소비자로부터 멀어져 제조 혹은 원자재 공급 쪽으로 갈수록 증가했습니다. 채찍을 휘두를 때 손잡이 부분을 작게 흔들어도 이 파동이 채찍의 끝 쪽으로 갈수록 더 커지는 현상과 유사하기에, 채찍효과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네요.
#채찍효과 영향으로, 선진국 소비자의 사소한 취향 변화만으로도 한국이나 중국 같은 제조국가는 크게 흔들리곤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 추가되는데, 글로벌 투자자들의 양떼 행동이 그것입니다. 투자자들은 한국이 선진국 경기에 대단히 민감한 나라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세계경제 여건이 좋아질 때에는 한국 주식이나 부동산의 전망이 밝아지기에 적극적으로 매입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을 떨어뜨립니다.
반대로 세계경제 여건이 안 좋을 때에는 외국인들이 한국 자산부터 팔자에 나서곤 합니다. 왜냐하면 채찍효과 때문에 한국이나 중국, 그리고 대만 같이 공급사슬망의 끝 부분에 위치한 나라의 경기가 빠르게 나빠질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한국 기업의 실적과 수출의 흐름을 비교해보면,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때 부진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 세계경기 여건이 나빠져 수출 전망이 악화될 때마다 환율이 급등합니다.
따라서 경기가 나빠질 때에는 환율이 상승하며, 반대로 경기가 좋아질 때에는 환율이 하락하기에, 이 관계를 잘 인지하면 투자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평화로운 시기에 달러를 보유하다 환율이 급등하고 경제가 어려워질 때 ‘환차익’을 실현해 저평가된 원화 자산에 투자하면 되지 않냐는 것입니다.
어떤 달러자산에 투자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품은 외화예금입니다. 외화예금은 환율 급등 국면에 환차익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매가 쉽지 않다는 면에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알 맞은 상품이라 하겠습니다.
해외여행 가기 위해 달러나 위안 등의 외화로 환전할 때,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에 큰 차이가 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환율이 가입 당시에 비해 상승했다 하더라도, 환전 비용이 부담스럽기에 자주 매매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연 100원 아니 200원 이상 급등하는 시기가 올 때까지 외화예금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내심은 투자의 성공을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 하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투자 기화가 왔더라도, 이미 어떤 자산에 전액 투자되어 있다면 제대로 된 대응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반면, 외화예금에 수 년 동안 자산을 축적해 둔 이는 2020년 3월 같은 급박한 자산가격의 조정이 나타났을 때 ‘우량주 저가매수’로 대응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물론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은 외화예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의 상장지수펀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상장지수펀드란, 말 그대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을 뜻합니다.
상장지수펀드 상품 중에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 변화를 그대로 복제하는(혹은 추종하는) 상품들이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KOSEF 달러선물(138230), 그리고 KODEX 달러선물(261240)인데..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의 변화를 잘 따라가기 때문에 외화예금 가입 대신 이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밖에도 좋은 투자 방법이 하나 더 있는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왜 미국 국채가 좋은 투자 대상이 되는가? 그 이유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할 때,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2020년 3월로, 당시 미국 국채(10년) 금리는 0.54%까지 떨어진 적 있습니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품, TIGER 미국채 10년 선물(305080)은 2019년 초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것이 2020년 3월에는 1만 3천원대까지 상승한 바 있죠. 이 상품에 꾸준히 투자했던 투자자라면, 다른 이들이 급격한 주가 폭락으로 고통받던 2020년 3월에 어떤 투자 대상으로 갈아탈 것인지를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도 미국 국채는 좋은 짝입니다. 아래의 두 번째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주식에 올-인하는 것보다 미국 국채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 월등한 성과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안정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부디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자들이 달러자산, 특히 채권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슬기롭게 자산을 형성하고 노후를 설계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