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부채 한도를 둘러싼 위험한 대치 상황 등 정책적 상처로 침식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등 독재국가 블록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사상 첫 채무 불이행과 같은 실수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골드만 삭스의 베스 해맥은 5월 9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인 달러채권의 지위 하락은 미국 국민에게 나쁘고, 달러에도 나쁘고, 미국 정부에도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부채 한도 협상 이전에도 달러의 지위는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이 60% 미만으로 내려왔는데, 이는 25년 래 최저치입니다. The Future of Money의 저자인 코넬 대학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미국을 견제와 균형이 있는 깊고도 건전한 금융 시스템을 갖춘 역동적인 경제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부채한도를 둘러싼 만성적인 정쟁은 경제 활동 참가자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Bloomberg Econom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Anna Wong은 "장기적인 교착 상태가 시장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지고 재무부가 사회보장성 지출을 줄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출현할 경우, 2023년 하반기 국내총생산이 연율 -8%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유동적인 약 24조 달러의 시장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열린 4주 만기 T-Bills 발행에서 5.84%라는 기록적인 금리를 기록한 것은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증거라 하겠습니다. 발행 이자율의 상승은 정부의 이자부담을 지울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 투자할 돈의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미국의 방황을 가장 반기는 곳은 중국입니다.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의 Marcus Noland는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뢰할 수 없는 패권국"과 대조되는 "선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로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의회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중국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공격합니다.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미 연준의 금리인상도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이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그리고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많은 동맹국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가 이미 꺾였음에도 지속적인 금리를 인상하며, 다른 나라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는 태도는 신뢰의 손상으로 이어졌죠.
물론 최근 벌어지는 부채 한도 협상이 미국 달러의 패권을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20세기 영국의 파운드가 겪었던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