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지금 과열되었는가
그래서 얼마나 올랐나?
미국 증시가 버블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인 S&P 500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살펴봐야합니다. S&P 500은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상위 약 500개 기업의 주가 성과를 추적하는 지수입니다. 미국에 상장되어있는 기업들의 시가총액 80%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간판지수입니다. S&P는 작년 한해 동안 약 25% 상승했습니다. 범위를 2년으로 넓히면 상승률은 약 53.2%로 정말 엄청난 상승을 보여줬습니다. 이 말은 미국 주식회사들이 평균적으로 2년동안 주가가 절반 이상 상승했다는 얘기로 미국처럼 이미 성장을 많이 한 국가에서 일어나기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자세하게 살펴보면 미국의 전체 주식이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2022년 한해 동안 미국 증시는 20% 하락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2023년 약 26% 상승률을 보여주며 다시 반등했지만 이것은 매그니피센트 7의 상승으로 인한 착시현상에 가깝습니다. 매그니피센트 7이란 S&P 500을 이끄는 7개의 빅테크 기업을 말하는 신조어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구글), 메타(인스타, 페이스북), 테슬라가 그 주인공들이며 M7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기업들은 2023 한해 동안 평균 75.7% 상승하며 S&P의 상승을 주도했습니다. 그 중 엔비디아는 한해 동안 240% 상승률을 기록하며 M7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S&P 기업 중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기업은 500여개 기업 중 150개뿐이였습니다.
2024년도 비슷한 현상은 지속되었습니다. 테슬라가 영업이익률이 급감하며 한때 -30%를 기록했었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후반기에만 90% 가까이 상승하며 2024년 최고의 주식이 되었습니다. 다른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은 큰 굴곡 없이 상승을 거듭했습니다. 그래서 이 7개 기업은 2023년보다 적지만 한해 동안 평균 63% 상승하며 이 기업들의 상승률이 S&P 기업 전체 상승률의 6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2024년 기준 S&P 500에서 M7의 비중은 무려 34%에 달합니다. 이런 비중 상승으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높은 상승률이 왜 위험한가?
주식은 많이 오를수록 좋은게 아니냐고 할 수 도 있습니다. 주식은 오르는게 좋은 건 맞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상승은 언제나 하락을 불러왔습니다. S&P 500이 2년 연속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는 이번을 제외하고 4번뿐입니다. 그중에서 3번은 그 다음 2년 동안 지수가 하락했습니다. 유일한 예외는 1995~1998년인데 이마저도 IT버블로 인해 지연이 된 것이며 2000년부터 3년간 약 40% 하락했습니다.
특히 현재 상황을 우려하는 이유는 매그니피센트 7의 상승이 다른 기업에 비해 너무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5년전 상위 7개 기업의 S&P 비중은 16%였고 지금을 제외한 최고치도 22%입니다. 심지어 그마저도 IT버블 절정기인 2000년에 기록한 것 입니다.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쓰는 지표로 PER이 있습니다. PER이란 주가수익비율로 기업의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PER이 높으면 주식이 고평가 되어있다는 의미이고 PER이 낮으면 저평가 되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한 해에 1억을 버는 회사가 시가총액이 10억이라면 그 회사의 PER은 10배가 되는 것 입니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미래의 회사 이익을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PER이 10배인 기업의 주식을 샀을 때 그 회사가 적어도 10년 동안은 꾸준히 같은 이익을 내야 본전입니다. 사실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기 때문에 10년보다 더 길게 벌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1억보다 더 많이 벌어야 나에게 이득이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현재 S&P 기업의 평균 PER은 30.37배입니다. 2차세계대전 이후 S&P 500의 평균 PER이 약 16배인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의 안정성, 좋은 비즈니스 모델 등의 이유로 점점 PER이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그것 감안해도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PER이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일 때, 언제나 하락장이 찾아왔습니다. 심지어 매그니피센트 7의 평균 PER은 47.7배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이 기업들이 최소 50년 이상 세계 최고의 기업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입니다.
새로움에 대한 환상
이런 사람들의 예측은 틀릴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 매그니피센트 7이 고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언컨대 AI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그러한 환상은 관련 회사를 더욱 고평가하게 만듭니다. IT버블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처음 인터넷이 발명되었을 때 세상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며 관련 회사들이 엄청난 상승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얼마 가지 못하고 조정을 받았고 상당수는 파산하였습니다. 물론 인터넷이 세상을 변화시킨건 맞습니다. 하지만 처음 나왔을때 너무 과대평가하였고 AI도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양자컴퓨터가 최근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니며 관련 주식이 엄청난 상승을 했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2025 CES에서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되려면 최소 15년은 걸린다”라는 발언 한마디에 양자컴퓨터 관련주들이 반토막이 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환상으로 인한 고평가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세계 최고를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히 지금 매그니피센트 7의 주요 매출 기반인 기술 분야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기술 분야의 특성상 새로운 개발은 어렵지만 한번 개발된 것을 따라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렇기에 선두주자와 후발주자 간의 격차가 좁혀지기 쉽고 기술은 언제나 ‘게임 체인저’가 등장해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년전 S&P 500의 상위 20개 기업 중 현재까지 20위 안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단 6개뿐입니다. 매그니피센트 7 중 마이크로소프트만 20년전 상위 20개 기업에 포함되어있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렇듯 20년동안 세계 최고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30년, 50년 혹은 그 이상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높은 PER은 고평가라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지표로 살펴보는 버블 위험성
PER은 좋은 지표입니다. 시가총액, 당기순이익이라는 쉽고 직관적인 재무제표를 사용하고 계산도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한 해의 순이익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 해 기업이 돈을 엄청 많이 벌거나 적게 벌면 지표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S&P 기업의 평균 당기순이익이 0에 수렴하면서 PER이 무한대가 되어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입니다. CAPE는 1년 단위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PER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가총액을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최근 10년 평균 순이익으로 나눕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순이익이 급격히 변동하더라도 지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 지표가 PER에서 파생되었다보니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PER처럼 장기 평균을 사용합니다. CAPE는 과거에는 10에서 20 사이를 머무르다가 최근 30년은 20에서 40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100년 평균은 19입니다. PER과 비슷하게 장기 평균의 2배일때를 버블로 정의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CAPE 지수가 지난 100년 중 버블 수준에 도달한 적은 3번 있는데 역시 모두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현재 CAPE 지수는 38.1로 2배보다 살짝 큰 수치입니다. 100년이 아닌 최근 40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하락이 올 것이라는 신호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CAPE 지수가 평균보다 1.75배 이상 상승을 했을 때로 범위를 기준을 낮추더라도 반드시 하락이 찾아왔습니다.
물론 지표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CAPE가 낮아지는 방법은 주가 하락이 아닌 기업들의 순이익 상승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AI가 ‘게임 체인저’가 되어 미국 기업들을 빠르게 성장 시킬 것이다. 그러면 순이익이 상승해 CAPE가 낮아질 것이므로 현재의 주가는 버블이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내연기관, 컴퓨터, 인터넷 등 수많은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던 과거에도 이러한 얘기는 항상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은 다르다’ 보다 ‘이번도 다르지 않다’가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림] S&P 지수를 CAPE 수준에 따라 25%씩 나누어서 경기 침체(평균의 50%이하)부터 버블(평균의 100% 이상)까지의 스펙트럼을 나타냄
대응보단 대비를 해야
그렇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주식을 다 팔고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지표가 보여주듯 하락장이 올 가능성은 굉장히 높지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IT버블때만 하더라도 CAPE 지수가 장기 평균의 2배를 넘은 1997년 이후에도 3년이나 더 상승했습니다. 이렇듯 언제 올지 모르는 하락장을 두려워해 투자를 멈추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결국 하락이 시작되었을 때 대응을 하려고 하기보단 미리 하락에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락하고 있을 때 대응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내 자산의 30%가 이미 날아간 상황에서 과하게 떨어진 종목에 더 투자하거나 더 하락할 거 같은 종목은 파는 등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심리를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하락을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산배분입니다. 하락이 예상될 때는 위기에 가격이 오르는 안전 자산과 섞어서 투자하면서 안정성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채권, 현금, 금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셋 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만 특징이 조금씩 다르니 자신의 성향에 맞게 자산을 고르고 비율을 조정하면 됩니다.
결론
현재 미국 증시가 과열되어있는 상황입니다. 그로 인해 하락의 위험성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산배분을 통해 위험을 헤지(분산)하면서 안전하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