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저점 신호는?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패닉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 1>에 나타난 것처럼, 나스닥 종합지수는 200주 이동평균(Moving Average, MA)선의 지지를 받고 강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증시가 반등한 이유는 어디에 있으며, 또 지금의 반등이 지속될 수 있을 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1> 지난 3년 간의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 추이(Weekly)
주식시장 저점의 첫 번째 징후 ‘Margin Call’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패닉에 빠지는 것은 “우량주마저 동반 폭락”할 때입니다. 기업의 내재가치 혹은 실적 전망에 대한 분석은 힘을 잃어버릴 때, 투자자들의 절망감이 높아지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레버리지 투자, 즉 신용융자 및 주식담보대출의 청산이 출현하는 데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 2>는 미국의 레버리지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데,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천억 달러의 레버리지 투자 잔고 감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돈 빌려 갔다 원금을 갚지 못해 청산(=Margin Call)당한 돈이 이렇게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담보를 제공함으로써 마진콜을 피하기 위해,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현금화 가능한 모든 자산을 팔아 치우는 과정에서 2차 폭락이 빚어집니다. 주식 뿐만 아니라 국채와 금 그리고 원유가격까지 동반 하락한 것이 이런 염가판매(Fire Sale)의 영향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장의 동반 폭락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자산의 내재가치에 집중하는 가치투자자(Value Investor), 그리고 시장이 패닉일 때에만 시장에 참여하는 역발상 투자자(Contrarian)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마진콜이 발생할 때 탐욕스럽게 주식을 매집합니다.
물론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08년이나 2000년처럼, 마진콜이 유례 없는 수준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매매 공방이 상당한 시간 동안 이어진 바 있죠. 참고로 미국의 레버리지 투자 현황을 소개한 이유는 신용융자 관련 제도 변경 및 다양한 주식담보대출의 존재 등으로 인해, 한국의 전체적인 레버리지 투자의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증시가 미국 증시에 동조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지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림 2> 미국의 레버리지 투자 잔고 변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대신 금융기관은 담보로 맡긴 주식을 처분할 권리를 가지는데, 통상 주가 폭락으로 원금마저 손실이 발생한다고 판단될 때 “추가적인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마진콜을 행사한다”고 통보하며 시장가로 담보로 맡긴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대출을 회수한다.
주식시장의 두 번째 저점 신호 - 역사적인 저평가인가?
아래 <그림 3>은 한국의 주당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배율(PBR) 흐름을 보여줍니다. 1995년 이후 한국의 평균 PBR이 1.12배인데, 2022년 5월 말 1.01배이니 역사적인 평균에 비해 9.8% 저평가된 상황입니다. 그런데, 6월의 폭락으로 5월 말에 비해 주가가 11.9%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PBR은 0.89배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참고로 1997년 외환위기 때의 PBR은 0.49배, 2001년 ‘9.11 테러’ 직후 0.70배,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0.91배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주가 레벨은 외환위기나 ‘9.11테러’ 때보다는 높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하면 저평가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가치투자자와 역발상 투자자들이 아무 때나 주식을 매입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은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될 때에만 매수하죠.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보유현금을 탈탈 털어 주식을 매집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지금이 바닥인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한 가지 지표를 더 봐야 합니다.
<그림 3> MSCI Korea PBR Band
주식 가격과 주당 순자산가치(Bookvalue per Shares, BPS)를 비교한 것으로, 어떤 주식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1만원이고 주가가 1만원이라면 이 회사의 PBR은 1배가 된다. 만일 주가가 5천원이 되면, PBR은 0.5배로 떨어질 것이다.
주식시장의 세 번째 저점 신호 - 경기가 얼마나 나빠졌는가?
레버리지 투자의 청산이 나타나고 PBR이 2008년 레벨을 하회할 정도로 낮은 것은 주식시장의 바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한국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출이 회복되어야 상승 추세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아래의 <그림 4>는 경제개발협력기구에서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OECD CLI)인데, 과거 경기 수축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경기판단의 기준선(100포인트)도 상회하고 있는 상태죠. 이 말은 상당 기간 OECD CLI의 하락이 더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5월부터 세계증시가 동반 폭락하고, 6월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6포인트까지 떨어져 경기판단의 기준선(50)에 바짝 다가간 것은 어쩌면 호재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 PMI는 52.4포인트를 기록해, 지난 23개월 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급격한 위축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6월 하순이 주식시장의 진정한 바닥인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레버리지 청산 및 매력적인 PBR에 경기 지표의 위축 가능성 마저 높아지는 만큼 바닥이 아주 먼 곳에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왜 언제가 바닥이다라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가”라며 질책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늘 ‘확률이 높다’ 같은 표현을 쓰는 이유는 결국 외부 충격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22년 2월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처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경제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부디 이번에는 예측이 맞았으면 하는 바람 가져봅니다.
<그림 4> 수출증가율과 OECD 경기선행지수
미국 증시 PBR은? 고평가 상태!
아래 <그림 5>은 미국의 PBR 흐름을 보여줍니다. 2022년 4월 말 기준으로 PBR은 3.86배로 2007년 이후의 평균(2.72배) 보다 약 41.4% 높은 수준입니다. 참고로 2007년 이후 가장 PBR이 낮게 거래되었던 시기는 2009년 3월의 1.47배입니다. 여러 지표로 보더라도, 아직 미국 주식시장이 매력적인 레벨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림 5> MSCI US PBR Band
⭐ 핵심 요약 ⭐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패닉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으로 보여 그 이유와 흐름이 지속될 지 알아보았습니다.
- 최근 주식시장의 패닉은 레버리지 투자의 청산이 시작되어 주식, 채권, 금, 원유 등이 동반 하락하며 나타났다.
- 5월 말 한국의 PBR은 1.01배로 1995년 이후 역사적 평균인 1.12배보다 저평가된 상황이고, 6월 말 폭락으로 5월 말에 비해 주가가 11.9%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PBR은 0.89배로 추정된다.
- 수출 경기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제개발협력기구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 중이고, 미국 구매자관리지수도 급격히 위축되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 종합해보면 레버리지 청산 및 매력적인 PBR에 경기 지표의 위축 가능성 마저 높아지는 만큼 한국 주식 시장의 바닥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여 가치 투자자, 역발상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미국 증시의 경우 2022년 4월 말 기준으로 PBR이 3.86배로 2007년 이후의 평균(2.72배) 보다 약 41.4%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매력적인 레벨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