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디플레 위험에 노출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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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경제가 만성적인 물가 하락, 즉 디플레 위험에 노출된 것 같습니다.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 중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 위험에 노출된 이유, 그리고 해결책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지난 10년 동안의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


만성적인 소비 부진에 수출 감소까지!

중국경제가 디플레 위험을 겪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죠. 2020년과 2022년 모두 중국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했고, 이 결과 '수요<생산설비' 상황이 빚어져 가격 인하 압력이 커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제기됩니다. 수출이 부진한 것은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공업국 모두 마찬가지 상황인데, 왜 중국만 물가가 떨어지느냐는 것입니다.

그 답은 아래 <그림>을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만성적인 '투자율<저축률' 현상 때문이죠. 참고로 저축률이란, GDP에서 소비를 뺀 것입니다. 즉, 저축률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이야기는 '만성적인 소비 부진' 현상이 중국에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죠. 따라서 이 저축을 활용해 더 많이 투자해 설비를 늘려 세계시장을 개척해 왔는데, 수출 길이 끊기니 답이 없는 것입니다.

금리 인하 말고 다른 대안 찾기 힘들어

가장 쉬운 대안은 소비를 부양하는 것이죠. 실제로 전기차와 명품 등 여러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매우 강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소비가 낮다는 것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중산층 및 저소득층이 허리를 졸라매며 열심히 저축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저축률이 거의 45% 이상에서 유지되는 이유는 크게 보아 세 가지 때문입니다.

첫째, 시장의 폐쇄성 문제가 해결 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6년 말의 '한한령'에서 보듯, 중국 내수시장은 정책 당국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죠. 그래서 글로벌 브랜드 중에서 중국 정부와의 마찰 속에 철수한 곳이 적지 않고, 또 조직적인 불매 운동을 당한 경우도 많습니다(ex. H&M, Nike 등). 이는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둘째,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집값 문제가 있습니다. 2020년부터 시진핑 정부가 '공동부유' 정책을 시행한 것도 이 때문이죠. 집을 사기 위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소비가 부진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의 효과는 먼 미래에 나타나는 반면, 지금 당장 건설경기가 악화되어 수 많은 근로자들이 실직 상태에 빠져드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셋째, 금융시장이 폐쇄적이라는 것도 소비 부진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거대한 저축을 활용해서 더 수익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면, 중산층도 부동산 이외의 자산에 운용에 도움이 되고 또 집값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을 '자금조달 창구' 정도로만 생각하고, 시장에 대한 완전개방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자본시장 개방 했다 해외로 자금이 빠져 나가 외환보유고가 고갈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 가지 대안이 힘들다면, 결국 답은 경기부양 처방 뿐이죠. 금리 인하하고 재정 푸는 것인데, 문제는 아래 <그림>처럼 중국 재정적자가 만만찮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정부 부채 문제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중국 국채 대부분을 중국 금융기관이 들고 있고, 금리도 낮으니 실질적인 재정적자의 부담은 크지 않죠. 다만 GDP 대비 10% 가까운 적자를 지속하는 게, 언제까지 가능할 것이냐는 문제는 남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적자 부담을 상쇄시켜주면서 소비자들의 지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 즉 금리인하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 하겠습니다. 다만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멈추는 징후가 나와야 중국도 큰 폭의 금리인하가 가능할 텐데, 하반기 중에는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되리라 생각됩니다.


️⭐핵심 요약⭐

  1. 최근 중국경제가 만성적인 물가 하락, 즉 디플레 위험에 노출된 것 같습니다.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 중이기 때문입니다.
  2. 중국 경제가 디플레 위험에 노출된 이유는 민간 소비가 부족한 가운데, 수출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1년부터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공동부유 정책’ 영향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건설경기가 악화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죠.
  3. 따라서 중국은 연준의 금리 동결을 기다려,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것 이외에 다른 정책 수단을 찾기 힘든 상황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