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2010년대 각광받던 화장품산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가 해외여행으로 이어져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는 등 대외 개방을 가속화 하면서 빠르게 성장하였습니다. 중국의 1인당 소득 증가는 중국인들의 한국 방한으로 이어졌죠.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009년 134만 명에서 2016년 807만 명으로 6배 증가하게 됩니다.
6년간 6배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한국산 제품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 갔습니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도 중국 관광객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화장품을 생산 판매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그리고 면세점, 카지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었죠.
그 중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014년 급등하기 시작하며 2015년 7월까지 4배 넘게 상승해, 시가총액 24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시가총액 순위 5위를 기록하며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 했습니다.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 해인 2013년에서 2015년까지 매출은 2년 사이 50%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9% 증가했죠.
실적의 상승보다 주가의 상승이 더욱 빨랐습니다. 실제 2016년도에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5조 6,454억으로 주가의 피크였던 2015년 보다 18%나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8,481억으로 9.7% 성장합니다. 하지만 이익의 성장성이 둔화되어 주가 상승이 멈췄죠.
설상가상으로 2015년 7월에 한국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가 결정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 한국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중국인 단체관광 금지 조치까지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서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2016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2% 이상 하락하게 됩니다. 단체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이익은 더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2016년부터 2018년 2년 만에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죠. 2015년 45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2018년 145,500원까지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 역시 부담이 됐습니다. 실제로 사드가 배치되고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의 소비가 줄어들어 주가가 원래 기대치 수준으로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거기다 중국 정부의 따이궁 규제성 내용이 담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며, 더는 버티지 못하고 화려했던 화장품 주식의 전성기는 2018년경 막을 내리고 맙니다.
쉽게 찾아온 행운, 그리고 절치부심
2010년대에 우리나라 화장품에 열광하던 중국인들이 화장품 브랜드를 개발하기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의 ODM/OEM 업체들에게 제품 개발을 맡기면 되었기에,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중저가 화장품은 중국 브랜드에 밀리고 맙니다.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잘나갈 때 중국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로 확장을 시도 했으면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위치가 달라졌을까요?
글로벌 화장품 1위 기업인 로레알의 주가는 2015년 175유로에서 2023년 400유로까지 상승합니다. 사드의 보복을 당한 한국 기업과 비교 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중국의 화장품 산업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브랜드력이 튼튼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로레알은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끝난 걸까요?
중국의 규제에 힘들어하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미국과 일본, 아시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 인디 브랜드들의 중저가 색조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죠.
1차 부흥기인 2010~2016년까지 화장품 산업이 성장하면서 수많은 ODM/OEM 업체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아이템만 있으면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에서 많은 화장품 인디 브랜드들이 생겨날 수 있었죠.
로드샵들은 자신이 제조한 제품 위주로 판매 하다보니 인디 브랜드들에게 물건을 팔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 유입 없이 4~5년이 지난 지금 로드샵들은 모두 망해서 정리가 되었죠.
로드샵의 자체 브랜드가 정리된 자리에, 올리브 영이라는 H&B스토어 하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올리브영은 자신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슈퍼마켓과 같은 구조라서 자사의 제품을 고집하지도 않고 한두 가지의 아이템만 있어도 납품을 받아주었습니다.
올리브영은 한국 인디 브랜드사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성장에 일조했습니다. 화장품 산업이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한거죠.
최근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조치가 끝나고,
중국 관광객의 방한에 따라 수혜를 입을만한 기업들이 많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 보다도,
기업 자체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