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최근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문제를 다룰까 합니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일본은 물론 세계경제에 많은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일본이 세계 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부정적인 면을 본다면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종말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결정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일본의 임금 상승률 흐름을 보여주는데, 연 1% 내외에서 최근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2012년 말부터 시작된 대규모 통화공급 확장 정책(=아베노믹스) 이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반면 임금 상승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조금씩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기 시작했죠.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했고, 또 오랜 디플레에서 벗어나 제품 가격의 인상에 성공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일본 경제의 변화는 세계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 심리가 개선되면서 다른 나라 상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이 중단된다면?
그러나 아베노믹스의 종결이 긍정적 영향 만 미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중앙은행이 너무나 많은 자산을 보유한 데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전체 국채 발행량의 약 54%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리 인상으로 정부의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에 이어 보유자산의 매각, 즉 QT에 나설 경우에는 채권시장 전반에 강력한 충격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우에다 총재는 “장기 국채를 계속 매입할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금리인상의 다음 수순이 국채 매수 중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의 재정 문제는 어쩌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어!
금리 인상으로 재정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은행이 통화 정책 기조를 전환한 이유는 결국 ‘디플레의 종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즉 경제 전체에 인플레가 발생하고 명목 GDP가 커지면 재정 적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명목 GDP가 커질 때에는 세금도 잘 걷힐 수 있습니다. 소비세나 법인세 등 주요 세목은 인플레에 연동되어 있기에, 경제가 커지면 세수가 늘어나죠. 더 나아가 분모인 명목 GDP의 성장은 GDP 대비 재정수지 혹은 부채의 규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경제의 외형 성장이 더 빨리 진행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
결국 일본이 디플레를 탈출할 수만 있다면, 정부의 이자 지급액 증가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당면한 문제라 하겠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멕시코 페소 같은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거래를 뜻합니다. 아래 <그림>은 2020년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가 미국 주식보다 더 높은 성과를 기록했음을 알 수 있죠.
만일 일본의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더 나아가 멕시코나 일본 같은 투자 대상 국가의 금리가 내려간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거에 청산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때,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한편 엔화 자금의 유출로 투자 대상 국가의 자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위험이 뚜렷한 것 같지 않습니다.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여전히 150엔 수준에서 움직이고, 일본의 금리도 안정적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일본 중앙은행이 태도를 바꾼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발생하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