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한국은행의 블로그에 실린 흥미로운 자료(중국 성장구조 전환과정과 파급영향 점검)를 소개합니다. 간단하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중국 경제가 과도한 투자와 만성적인 소비부진이라는 이중고를 앓고 있는 중임을 지적합니다. 다만 중국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며, 재정정책 시행을 통해 급박한 경기 불황의 위험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정책 스탠스는 글로벌 수요의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겠죠. 예전처럼 수출 만 살아나면 중국경제가 다시 강력한 성장세로 복귀할 잠재력은 충분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만성적인 재정적자 속에 구조조정이 회피되기에, 다음 번 불황은 2022~2023년보다 어쩌면 더욱 가혹한 모습을 띨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국의 어두운 미래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연일 발표되는 중인데, 특히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잘 정리된 데이터 덕분에 우리가 잘 몰랐던 중국경제의 현실을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중국이 봉착한 여러 문제 중에 가장 구조적인 것은 과잉투자/과소소비 문제
아래 <그림 1>은 중국과 세계 주요국의 GDP 대비 투자 비중 변화를 보여줍니다. 1980년부터 2022년까지의 변화를 추적하는데,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레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투자를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가계가 매우 열정적으로 저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림 2>는 세계 주요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의 비중을 보여주는데, 중국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거꾸로 이야기하면, 중국 소비자들이 소득의 대부분을 저축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거대한 저축 덕분에 중국경제의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점점 부작용이 두드러지는 중입니다. 가계 저축이 생산적인 부문보다는 부동산 분야로 집중되었기 때문이죠. 이 결과,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너무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말았습니다.
공동부유 정책 시행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농촌에서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고,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저금리로 무한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동안에는 주택가격의 상승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중국 정부가 이른바 ‘공동부유’ 정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금 줄을 죄고, 이때부터 수출 경기마저 악화되자 부동산 경기가 순식간에 식고 말았습니다.
<그림 3>은 중국의 고정자산 및 부동산 투자 증가율을 보여주는 데 2000~2020년 연 평균 15% 이상 증가하던 것이, 2021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시 지역 근로자의 약 40% 이상이 부동산/건설 부문에 종사하는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불황을 촉발하고 말았습니다.
서둘러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중국 정부가 국채발행 한도를 시급하게 상향 조정하는 중입니다만, 아직 중국 경제는 회복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그림 4> 참조).
제 의견을 덧붙이자면, 중국은 ‘시간 끌기’ 전략을 시행하는 것 같습니다.
가계의 소비를 억압하고, 투자를 장려하는 지난 40년 동안의 경제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4% 전후 레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이런 판단을 강화시키는 요인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재정을 쓰다 수출이 살아나는 순간, 예전처럼 다시 중국 경제가 고성장 국면으로 회귀하고 부동산 시장의 불황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상이죠.
물론 이 기대가 완전히 빗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제조업지수가 바닥권에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중국을 향한 보호무역주의 칼날 그리고 선진국 소비자들의 반중 감정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중국이 과거와 같은 강력한 수출 증가를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중국 경제가 2024년에는 지난 해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만, 스스로의 구조조정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다음 번 불황이 더욱 가혹한 모습을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