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부채, 심각한 상황인가요?
안녕하세요 홍춘욱 박사의 경제 연구소 팀입니다~!
- 한국 가계부채 상황
- 고위험 자영업자 가계 문제
Q. 가계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선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 가계부채가 높아진 원인을 이해한다.
-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시장 이자율이 높아질 때 발생할 위험을 이해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에 육박한다."라는 이야기 많이 접하셨죠? 주식 열풍으로 개인 주식계좌가 4000만 개를 돌파하고 '빚투', '영끌'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투자에 관심 없던 많은 사람들도 투자하는 게 당연해졌습니다. 또한, 대출 규제가 확대되기 전 대출을 받아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으로 낮은 금리일 때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부채가 금리가 상승할 때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했고, 실제로 불안함을 느끼신다면 정확한 상황은 어떤지 알려드리기 위해 이번 뉴스레터 준비했습니다.
대출을 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무엇일까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것이 제일 위험하겠죠. 대출금을 꾸준히 상환하기만 한다면 사실 얼마를 빌렸건 간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늘어난 자산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비춰 봤을 때 우리나라는 늘어난 가계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진단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가계부채 흐름은 어떤가요?
아래 <그림>은 한국은행에서 분기마다 발표하는 가계신용 동향을 보여주는데, 지난 해 2분기(4~6월)부터 가파른 증가가 나타났습니다.
일시적으로 판매신용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3분기 가계대출은 39.7조원 늘었고 4분기에는 무려 44.5조원이나 늘어났습니다. 참고로 지난 1년 동안의 가계대출은 125조원 늘어났습니다.
- 가계의 대출에 판매신용을 더한 값.
- 신용카드의 사용 등도 결국은 대출에 속하기에,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빌렸는지 측정한 것.
<그림> 한국 가계신용 추이
가계대출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늘었나요?
2020년 4분기(10~12월) 중 44.5조원의 가계대출이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20.2조원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은 24.2조원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은행권이16.3조원을 차지했고 기타금융기관의 기타대출이 6.8조원 늘었습니다.
문제는 기타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점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편입니다만, 기타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상호저축은행의 일반대출 금리는 2021년 3월 기준으로, 9.7%에 달합니다. 신용협동조합의 일반대출 금리도 3.88%에 이르죠.
<그림> 금융기관별 가계대출 증감
주택담보대출보다 기타대출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강화된 영향이 큽니다. 2019년 12월 16일 발표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대책(12.16대책) 영향으로 투기 및 투기과열지역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15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속출했고 이 과정에서 기타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부당국이 2020년 11월 3일 연소득 8천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하는 등 기타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미리 대출 받으려는 수요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의 약자.
-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을 뜻함.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나도 괜찮나요?
일단 현재까지만 보면 괜찮은 편입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이 함께 조사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계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단 1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의 비중도 79.3%에 그쳤습니다. 즉, 자산에 비해 부채 규모도 적고 또 보유 저축으로 부채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죠.
그러나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2020년 한 해 동안 부채가 4.4%나 늘어난 반면 저축액은 3.1%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2020년 한해 동안 주식 및 부동산가격이 급등했으니, 부채를 늘렸던 가구의 상당수는 큰 이익을 보았을 것입니다.
-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전국의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 가계의 소득 및 부채, 그리고 자산 현황을 상세하게 조사하기에 한국 가계의 현재 재무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
<그림> 가계의 재무건전성
그럼 괜찮은 건가요?
자산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이자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가계의 자산건전성이 개선되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금리가 전월보다 0.07% 상승한 2.8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은 대단히 낮은 수준입니다만, 시장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쇼크 이후 자영업자들의 재무여건이 악화된 것이 골칫거리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3월)"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DSR(소득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 음식숙박, 운수 등 대부분 업종에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 자산보다 부채가 많으면서 DSR도 40%가 넘어서는 이른바 '고위험가구'는 2020년 말 19.2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76.6조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부채의 15.2%를 차지한다고 하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이자율의 상승세가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이 출현할 때에는 고위험 자영업자부터 차례대로 어려움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그림> 자영업 고위험가구 현황
⭐ 핵심 요약 ⭐
한국 가계부채 상황을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포인트를 잡을 수 있습니다.
- 주택 등 자산가격의 급등 속에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주택담보대출 이외에 기타대출의 증가가 컸습니다.
-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만 보면,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18.5%에 불과해 아직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 직전의 위험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그러나 코로나 쇼크 이후의 불황으로 일부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에는 이들부터 위기가 시작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