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에 비해 1.9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는 매우 특이한 일로, 과거 한국 부동산시장은 경기 여건이 견조할 때 하락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그림 1>).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008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주택가격이 급락한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1>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 추이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Cyclical Component of Coincident Index):
경기 동행종합지수에서 추세 요인을 제거한 것.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기준치 100은 추세선을 의미. 동행종합지수의 증가 속도가 추세치 증가 속도보다 빠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준치를 상회하게 되고, 반대로 동행종합지수의 증가 속도가 추세치 증가 속도보다 느리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준치를 하회.
첫 번째 후보: 역대급 버블!
경기가 좋은데도 주택시장이 무너진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버블’에 있습니다. 주택가격이 버블인지 아닌지 측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 가격이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소득과 이자 수준이 될 것입니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각 지역의 중위 가계가 중위 가격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발생하는 부담을 측정한 것으로, 시장의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그림 2>). 주택구입부담지수를 해석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주택 구입에 투입된 이자 및 원리금 상환 비용이 소득의 25%이면 100을 뜻하며, 만일 50%라면 200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2022년 6월 말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4포인트에 이르렀기에, 소득의 50% 이상을 주택 구입 관련 지출에 투입해야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지역 별로 주택 가격이 다르기에, 100 이상이면 버블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2004년 이후 18년에 걸친 평균과 현재의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비교함으로써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참고로 서울은 평균에 비해 62%, 경기는 49%, 그리고 전국으로는 37% 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서울이나 경기 등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은 역사적인 평균 레벨이었습니다만, 2020~2021년 급등하면서 역사상 가장 비싼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주택가격의 거품을 터뜨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금리 인상이었죠.
<그림 2> 주요 지역 별 주택구입부담지수 추이
주택구입부담지수:
중위 소득 가구가 중간 가격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발생하는 대출 상환 부담을 측정한 지수 아파트 가격은 한국 부동산원의 아파트 시세 중간 가격을 활용하며,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예금 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 가계 소득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소득 등을 활용.
두 번째 후보: 금리 인상!
한국은행이 2022년 11월 현재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한 것은 주택시장의 거품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그림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주택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죠.
금리인상이 시작되는 순간, 주택 보유자의 기회 비용이 급증합니다. 예를 들어 시가 20억원의 아파트를 연 5천만원에 월세를 주고 있다고 가정할 때, 예금금리가 4%로 상승하면 주택을 더 이상 보유할 의미가 없어집니다. 월세로는 연 5천만원 소득을 올리는 데 불과하지만, 아파트를 매도해 은행에 맡기면 연 8천만원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금융종합과세 영향으로 이 사람의 실제 이자 소득은 8천만원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금금리가 5% 혹은 그 이상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주택 매도 압력은 점점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더 나아가 주택 구입자의 태도도 바뀔 것입니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높기에, 주택을 구입한 데 따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따라서 금리가 상승하면 주택 매도세가 늘어나는 한편, 매수세가 위축되어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됩니다.
<그림 3> 한국 기준금리, 주택 가격에 1년 선행
기준금리(base rate):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 자금조정 예금 및 대출 등의 거래를 할 때 기준이 되는 금리.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 8회 기준금리를 결정함.
앞으로 어떤 미래가?
최근 주식시장의 폭락 사태에서 보듯, 자산시장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크게 보아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주택가격이 현재 추세대로 계속 빠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22년 6월에 비해 약 38% 빠지는 경우,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역사적인 평균 레벨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전방위적인 가격 폭락은 경제 전체에 심각한 충격을 미치며, 특히 금융기관 및 건설사의 연쇄적인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죠. 따라서 두 번째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생각을 열어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란,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주택구입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수출 경기가 악화되는 등 미래 경기전망이 나빠질 때 마다 금리를 인하한 바 있습니다(<그림 4>). 그러나 두 번째 시나리오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왜냐하면 미 연준이 지속적으로 금리인상 중인데 한국만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영국 트러스 총리가 감세정책을 추진하다 몰락한 사건에서 보듯, 인플레 억제 기조(재정긴축 및 금리인상)에서 벗어난다 싶을 때에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첫 번째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물론 정책 당국이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만, 금리인하나 확장적 재정정책 시행이 동반되지 않기에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조기에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만, 아직 그 신호는 뚜렷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림 4> 한국 기준금리와 수출증가율의 관계
⭐ 핵심 요약 ⭐
- 9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에 비해 1.95% 하락했다.
- 경기 여건이 나쁘지 않은 데도 주택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선 이유는 역대급 버블이 형성된 상황에서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단행되었기 때문이다.
- 주택 가격이 얼마나 정상에서 벗어났는지 판단하기 위해 2004년 이후 18년에 걸친 평균 주택구입 부담지수와 현재 수준을 비교했을 때 서울은 62%, 경기는 49% 그리고 전국은 37% 높았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함으로써, 주택시장의 수급 여건이 악화되었다.
- 앞으로 1) 주택가격이 충분히 빠지거나 혹은 2)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주택구입의 부담을 덜어주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는데 첫 번째 시나리오가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