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탁월한 성과는 어디에서 기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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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4년 15% 전후의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8.22% 손실을 기록한 후 2023년과 2024년 연 이어 역사상 최고 성과를 기록했으니,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공포는 많은 부분 사라진 셈이다. 참고로 2000년 이후 국민연금의 연 평균 운용 수익률은 6.47%를 기록해, 다른 글로벌 연기금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레벨이다.

놀라운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글로벌 연금이 연 6~8%의 성과를 수 십년 동안 유지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효율적인 자산 배분에 있다. 자산 배분이란, 주식과 채권 그리고 대체자산 등에 대해 얼마나 배정하는 지를 뜻한다. 물론 크게 보아 이렇다는 이야기이고, 세부로 들어가면 어떤 나라의 주식을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개별 종목 매매, 특히 투자 타이밍 면에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신통치 않은 성과를 기록하는 탓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펀드 매니저들이 모인 뉴욕증시에서 스탠다드 앤 푸어스 500지수(이하 ‘S&P500’)의 성과를 뛰어넘은 비율은 단 15%에 불과했다. 즉 한 두 해 정도는 시장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기록할 수 있지만, 10년 성과를 뛰어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뜻한다. 특히 펀드에 지불하는 다양한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성과는 더욱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매년 바뀌는 주도주를 따라잡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2021년 BBIG. 즉 배터리와 바이오 인터넷 게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불과 1년 뒤에 주도주의 성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졌으며, 2023년부터는 배터리 주식들이 고점 대비 70% 이상 빠지는 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어떻게 자산 배분하고 있을까?

아래 [그림]은 2024년 11월 기준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현황을 보여주는데, 국내주식 비중이 단 11.9%에 불과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해외 주식은 35.5% 그리고 해외 채권에 7.1%를 투자하는 등 해외 투자의 비중이 생각보다 큰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국내채권 비중이 29.2%에 이르지만, 필자가 10년 전 근무할 때 50%를 훌쩍 뛰어넘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리밸런싱도 자산배분 못지않게 중요해!

결국 국내주식보다 해외주식 비중을 높이고, 달러 등 다양한 해외 통화에 분산투자한 것이 국민연금의 성과를 개선시킨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자산 배분 못지않게 리밸런싱도 성과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리밸런싱(Re-Balancing)이란 단어 그대로, 특정 자산의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면서 목표 비중에서 이탈할 때 이를 원래대로 복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 목표 비중이 30%인데, 40%까지 불어났다면 10%P만큼 처분해서 저평가된 자산에 배정하는 식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며, 사실 국민연금도 이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2021년으로, 당시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를 크게 상회하자 국민연금의 매도가 쏟아졌다. 종합주가지수 3,300선을 넘어설 정도로 강력한 상승장이 출현했으니, 국민연금의 매도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연못의 고래’ 신세인 국민연금 입장에서, 주가가 폭등할 때가 아니면 제값 받고 처분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 때문에 주가 못 오른다”는 아우성 속에, 정부가 결국 국내주식의 목표 비중을 크게 넘어서더라도 매도하지 않을 수 있게 제도를 바꿈으로써 리밸런싱이 중단되고 말았다.

특히 운도 없었던 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가 중지된 2021년 4월이 주가 고점이었다는 것이다. 3,300포인트를 넘나들던 KOSPI지수가 2022년 말에는 2,100포인트까지 폭락해 연금도 큰 손실을 입고 말았다. 2021년 국민연금이 -8%라는 역대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이유 중에 하나가 리밸런싱 중지에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높은 성과가 유지될 수 있게, 연금 운용의 자율권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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