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국의 고령화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에 비해 중국은 고령화의 진행 속도가 늦은 데, 그 이유는 대약진운동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의 파란 박스를 보면, 1958년을 전후해 신생아 출산이 크게 하락한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이때 약 3천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아로 사망했으며, 신생아 출산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베이비부머는 1960~1975년 사이에 태어난 약 4억 명으로 볼 수 있으며, 최근 베이비부머의 선두 주자가 은퇴 연령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림> 1949년 이후 중국 신생아 추이(단위: 백만 명)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먼저 노동력 공급 면에서 놓고 보면, 공급자 우위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거대 인구집단의 은퇴는 경제 전반에 노동력 부족 사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최근 중국의 흐름은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오른쪽 <그림>)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규 취업자 수도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되면 경제에 디플레 위험이 높아집니다.
인구 감소하는 데 디플레 발생!
아래의 왼쪽 <그림>은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여주는데, 2월에 간신히 디플레 국면에서 탈출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른쪽에 표시된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레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제기됩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하는 중인데, 왜 노동시장이 침체되었을까요?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직접적 원인!
중국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디플레 위험이 높아진 가장 직접적 원인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 때문입니다. 아래 왼쪽 <그림>에 잘 나타난 바와 같이, 70대 도시 중에 60개 도시의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중입니다. 과거 부동산시장의 침체국면에서도 1선도시(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매우 안정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예외 없이 폭락하고 있죠.
중국 주택시장의 붕괴가 유발된 것은 2021년 중국 정부의 공동부유 정책 시행으로,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 가장 컸습니다. 더 나아가 1선도시 주택을 중심으로 심각한 버블이 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중국 베이비부머는 왜 가난한가?
문제는 가파른 고령화가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은 데 있습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의 베이비부머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이죠. 특히 유년기에 문화대혁명(1966~1976년)을 겪었기에,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기회를 놓쳤습니다.
물론 운 좋은 소수는 1978년부터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상당수 베이비부머는 영영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습니다. 특히 2000년대부터 시작된 정보통신 혁명에 올라타기에 기초 지식이 너무 부족한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결과, 선진국과 달리 중국 베이비부머의 상당수가 노후 빈곤에 시달리는 중입니다(참고자료: “Consumption and poverty of older Chinese: 2011–2020”).
더 나아가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되는 양로기금의 적립액이 턱 없이 부족하다 보니, 노후 빈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더 저축을 늘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후 빈곤 위험을 덜어주고 소비를 부양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제조업 생산설비 확장을 위한 투자를 늘리는 중입니다(참고자료: “Xi Jinping’s misguided plan to escape economic stagnation”).
<그림> 세계 아시아 주요국 초등학교 진학률 변화
디플레 위험은 당분간 더 고조될 듯
중국 기업들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이전보다 좋은 물건을 값싸게 생산한들, 그 물건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2023년 미국 수입시장에서 멕시코(15.2%)와 캐나다(13.5%)에 밀려 중국은 3위(13.2%)로 내려앉았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영향을 제외하고 이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 Act)에 이어 인플레감축법(IRA Act)을 제정하며 강력한 대중 봉쇄 정책을 펼치는 것도 이 흐름을 강화시키고 있죠.
결국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 증가는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할 수 밖에 없는데, 소비가 그렇게 늘어날지는 의문입니다. 따라서 노령화 및 부동산 불황이 심화되는 데다, 과잉설비 문제까지 겹쳤기에 중국은 상당 기간 디플레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