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자연재해, LA 산불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1월 16일 기준, 미국 소방당국은 아직까지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로스앤젤레스의 인구 밀집 지역인 할리우드와 다운타운까지 화재가 번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매년 캘리포니아에서는 수천 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매일 자연재해에 두려움을 떨어야하는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산불의 책임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있다고 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 당선인: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던 곳이 이제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물러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책임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 사실인가?
캘리포니아 정부는 산불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캘리포니아 산불의 책임이 주지사 개빈 뉴섬의 무능력과 비효율적인 환경 정책에 있다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언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캘리포니아 정부가 왜 비난의 중심에 서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현재 불길을 막을 물이 없다
‘영웅들’이라고도 불리는 소방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원활한 물 공급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불길과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소방당국(CalFire)와 LA수자원부(LADWP)는 물 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문제점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과거 있었던 “물 복원 서약”에 사인하지 않아서 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 복원 서약’(Water Restoration Declaration)?
캘리포니아 북부에는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이라는 자연 저수지가 있습니다. 이곳의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쌓인 눈과 얼음은 여름철 북부 캘리포니아에 풍부한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북부 지역의 기온 상승과 과도한 강수량으로 인해 저수지는 넘쳐나는 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태평양으로 흘려보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섬 주지사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 서식하는 “쓸모없는” 빙어를 보호하기 위해, 남부 지역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또한 뉴섬 주지사가 “물 복원 서약”에 서명하지 않았으며, 만약에 북부에서 남부로 물 공급이 가능했다면, 산불이 이토록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른바 ‘물 복원 서약’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허위 주장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북부에서 추가적인 물이 공급되더라도 소방용수 문제와는 별개라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물론 트럼프의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전반적인 의의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환경보호 정책의 방향성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의 어부들은 매년 연어와 빙어(smelt)의 개체 수 감소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주정부는 어부들의 고민을 듣고, 물고기 감소를 단순히 산업적 문제가 아니라 환경적으로 매우 심각한 현상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빙어를 멸종 위기종(endangered species)으로 지정했고, 이로 인해 삼각주와 북부 지역 강물이 남부 농업 용수로 활용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빙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조차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 부족 지역보다 소형 생물을 보호하는 정책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두 번째, 낙후된 인프라
캘리포니아의 저수지들은 대부분 20세기에 건설된 시설로, 100년이 지난 지금 심각한 노후화 문제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캘리포니아의 인구는 약 1,000만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000만 명으로 증가하며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존 저수지와 기반 시설은 이러한 변화된 수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저수지는 약 170,000km²의 저장 용량만을 갖추고 있으며, 매년 약 30%의 물을 저장하지 못하고 버리는 상황입니다.
또한, 캘리포니아의 소방 시설도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설계된 소방 용수 시스템은 대규모 산불 진압이 아닌 가정 화재를 대비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세 개의 물탱크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으며, 소방관들이 직접 물을 운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11,807km에 이르는 낡은 수도관은 60년 이상 사용되었으며, 언제 고장이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세 번째, 정책의 우선순위
산불 발생 몇 달 전부터 소방당국은 산불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으나, 약 한 달 전 소방 예산이 1,780만 달러 삭감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소방대의 일반직 직원들이 대규모로 해고되었고, 소방차와 진화용 헬기의 정비도 자연스럽게 지연되었습니다.
크리스틴 크로울리 LA 소방국장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가가 아니라 일개 공무원일 뿐이다”라며, “LA 소방국장으로서 우리 소방대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을 적시에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물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다소 안일한 태도를 보인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소방시설의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개선하려면 수십조 원의 예산과 막대한 인력,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제한된 자원 속에서 보다 직관적인 정책을 우선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친환경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화재 탄력성(Wildfire Resilience)’ 구축에 약 3조 7천억 원, 탄소 배출 관련 산업에 20조 원, 신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원자력 등)에 약 145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산불을 계기로, 많은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의 친환경 정책이 지나치게 과도한 재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환경 보호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기후변화를 막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더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기후변화까지
물론,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낙후된 인프라와 정책적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기후변화입니다.
그래프와 같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2010년 이후 매년 산불의 피해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정확히 무슨 이유로 매년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라니냐(La Niña)현상
한국은 장마 시즌이 7월에서 8월이라고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비가 그나마 많이 오는 시즌이 12월부터 2월까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올겨울에는 강우량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라니냐 현상 때문입니다. 라니냐는 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후 현상으로, 평소보다 차가운 해수면 온도를 유발하는 현상입니다. 해수면 온도가 차가워지면 비구름이 형성되기 매우 어려워, 강수량이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지역 기온 자체는 매우 상승하지만 강수량이 급감해, 가뭄 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장마 시즌에 가뭄 현상이 일어나, 주민들과 정부가 예상하기 매우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 태풍 보다 강한 산타애나 강풍
한국에서는 태풍이 발생하면 시속 16km에서 61km 정도의 풍속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시속 91km에서 161km에 이르는 강풍이 불고 있으며, 이를 산타애나 강풍이라 부릅니다.
산타애나 강풍은 주로 캘리포니아의 내륙 지역, 즉 중앙 계곡(Central Valley), 모하비 사막, 그리고 시에라 네바다 산맥 등에서 형성됩니다. 가을과 겨울철, 내륙 지역의 차가운 공기는 고기압을 형성하고, 태평양 연안보다 높은 기압 차이를 만듭니다. 이 기압 차이는 바람이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게 하며, 바람은 내륙의 동쪽에서 서쪽(태평양 방향)으로 불어옵니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나 기타 내륙 산악 지형을 넘어 내려오며, 공기 압력이 증가하면서 단열 가열 효과(adiabatic heating)가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공기의 온도는 상승하고 습도는 급격히 낮아지며, 바람은 뜨겁고 건조한 상태가 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기의 습도가 1% 미만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내륙에서 산을 넘어오는 바람이 좁은 협곡이나 계곡을 통과할 때, 바람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강풍으로 변합니다. 전문가들은 산타애나 강풍이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보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기온 상승은 강풍의 건조함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토양과 나무가 메말라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산불의 도미노 현상
이번 산불이 미국의 유명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하나인 팰리세이즈에서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인명 피해가 없다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유한 지역 주민들은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LA 산불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보험료 문제입니다.
부유한 지역이 불에 타면 보험 회사들의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보험 회사들이 파산에 이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문제는 일반 시민들에게 미칠 여파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캘리포니아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는 자연재해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며, 보험 회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부유한 지역뿐만 아니라 저소득 지역의 보험료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인한 손실을 감안할 때 보험료를 최소 40~50% 인상하지 않으면 적자를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보험료가 두 배 가까이 오르게 되면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보험 가입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여 보험료 인상에 제한을 두게 된다면, 보험 회사들은 캘리포니아를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 회사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주민들은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높은 보험료는 단순히 보험 회사들의 이탈을 초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마저 다른 주로 이주하는 현상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결국 캘리포니아는 심각한 인구 유출을 겪게 되고,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학교와 의료시설 같은 공공 서비스의 질도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 보험료만 상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네바다, 텍사스, 플로리다처럼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들의 보험료 또한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며, 미국 전역에 걸쳐 간접적인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
캘리포니아 산불은 기후변화와 정책적 도전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입니다. 낙후된 인프라와 보험료 상승 같은 현실적 어려움은 단기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균형 잡힌 대책이 중요합니다.
산불 대응 체계를 개선하면서도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재정 투자를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의 경험은 단순히 지역적 재난을 넘어, 우리가 직면한 환경적 도전과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고민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금의 위기를 통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