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7월 중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한 달 동안 15.2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전월에 비해 7.5조원 늘어나는 등 주택시장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정책당국은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모습입니다('링크' 기사 참고)
오늘은 이상과 같은 가계대출의 억제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과거의 흐름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사이의 연관 끊어져!
아래의 <그림>은 예금은행의 대출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최근 대출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 사이에 뚜렷한 연관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 작년 대비 올해 가계대출 증가 탄력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 탄력이 더욱 강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만 이런일이 벌어진 것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07~2009년으로, 당시 예금은행의 대출증가율이 연 15% 전후를 유지했음에도 주택가격 상승 탄력이 둔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주택가격과 대출증가율은 강한 연관을 맺기는 하지만, 때때로 끊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 시스템(ECOS)
경기가 좋을 때 주택 가격이 빠진 일이 있나?
2007~2009년에 주택가격과 대출증가율 사이의 연관이 약화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2008년을 전후해 경기가 급격히 악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즉, 시중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긴 했지만 워낙 가파르게 경기가 나빠졌기에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되었던 것입니다. 주택구입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자신의 고용안정성이 흔들리고 미래의 소득 전망이 악화될 때에는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죠.
반면, 지금은 2007~2009년과 정반대 상황입니다. 2020년 2분기를 바닥으로 경기가 가파르게 개선되면서 유동성 감축의 영향력을 제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경기 여건이 개선되는 이유는 공공 재건축·재개발로 건설투자가 늘어나는 데다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고용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용 여건이 개선될 때에는 각 가계의 주택 매수 여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죠.
그럼, 경기여건이 최근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한 '원인'으로 보아도 될까요? 안타깝게도 경기 여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원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전세가격 급등입니다.
아래의 <그림>은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과 전세가격 상승률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1999~2002년, 그리고 2009~2013년처럼 전세가격의 상승이 나타날 때마다 주택매매 가격의 상승이 뒤따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매매가격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상승시키고 이게 다시 주택 매매가격의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집의 매매가격이 5억인데 전세가 4억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신규입주물량의 감소 혹은 대도시로의 인구집중 등의 영향으로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면, 전세세입자들 입장에서 약간의 대출을 더해 주택을 구입하려는 동기가 높아질 것입니다.
물론 최근의 전국적인 주택 전세가격 급등은 '제도적' 요인이 더 큽니다.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20년 6월 말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1.8포인트로 1년 전이었던 2019년 6월 말에 비해 불과 2.4%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21년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19.5포인트(전년 대비 17.9% 상승)로 뛰어 올랐습니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급등하는데, 주택 매매가격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따라서, 최근 통화정책당국의 유동성 축소 의지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급등세가 단기간 내에 꺾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되고, 경기여건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죠.
⭐네 줄 요약⭐
1.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2. 그러나 최근 수출 호조 및 건설투자 확대 영향으로 경기 여건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어, 주택가격 상승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3. 더 나아가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의 급등세가 이어지는 것도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 따라서 추가적인 유동성 축소 정책 시행에도, 주택가격 상승탄력이 급격히 꺾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