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흥미로운 논문 『The Economics of Fertility: A New Era』에 소개된 흥미로운 그림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래 <Figure1>은 1850년 이후 주요 선진국의 출산율 추이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속적인 출산율의 하락이 나타났으며, 유일한 예외는 1950년대의 베이비 붐이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나라는 일본(회색선)으로, 일본은 세계 2차 대전까지 강력한 베이비 붐을 경험한 후 급격히 출산율이 사그러 들었습니다. 군국주의 정부가 주도한 대대적인 출산 장려 정책(및 만주 침략), 그리고 패전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 손상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세계 주요 선진국 중에서 미국(붉은선)을 제외하고는 출산율이 2% 근처에 있는 나라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출산율 저하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요?
일단 가장 설득력 있는 요인은 '소득'인 것 같습니다. <Figure 2>는 미국의 동일한 해에 태어난 여성의 소득별 출산율을 보여줍니다. 가로 축은 소득(2000년 기준, 실질)을 나타내며, 세로 축은 출산율입니다. 특히 1948년에 태어난 여성의 소득별 출산율을 보면, 동일한 해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더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마 '기회비용'이 큰 것 같습니다. 높은 소득을 지닌 사람일수록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 위험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미국 같은 선진국만 그런 것이 아닌가 의문이 제기됩니다만.. <FIgure 3>에 나타난 국제 비교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가로 축은 2010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달러)을 나타내며, 세로 축은 출산율입니다. 그리고 파란 점은 1970년의 각국이 대응되죠. 한국(KOR)은 1인당 국민소득 1천달러를 갓 넘어섰고.. 이때 출산율은 4명 이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네요.
부유해지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교육 기간이 계속 연장된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Figure 4>는 1870년 이후 주요 선진국의 평균 학업기간 변화를 보여주는데, 시간 경과에 따라 지속적인 연장이 이뤄짐을 알 수 있죠. 즉 자녀 한 명당 투입되는 자본(+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늘어난 셈이니, 점점 더 한 두 명의 자녀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출산대책이 왜 그렇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가,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그림들인 것 같아 소개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