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berg, “2024년 비관적인 시나리오 점검”
이번 시간에는 세계적인 통신사, 블룸버그의 칼럼(”A Pessimist’s Guide to Global Economic Risks in 2024”)을 소개합니다. 제목 그대로, 비관론자의 입장에서 2024년 경제를 전망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먼저 중동 전쟁 리스크가 있고, 유럽의 경기침체 위험, 그리고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 대선도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요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만 4년을 경과하면서 세계경제는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역풍이 불어오는 험난한 환경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따라서 만일 사태에 대비하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연착륙의 해이자 전 세계 성장과 시장을 뒷받침할 금리 인하의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혹시 무언가 잘못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 칼럼에서는 우리가 놓친 위험 요인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위기에 처한 중동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석유공급에 차질을 일으킬 위험이 높습니다. 물론 아직은 에너지 공급 중단은 일어나지 않았고, 시장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예멘에서 공습을 시작한 이후 홍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을 따라 매일 총격전이 벌어지고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지도자가 암살당하면서 헤즈볼라, 나아가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이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습니다. 이라크와 시리아도 점점 더 화약고처럼 보입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전쟁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만,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5분의 1과 주요 무역로가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아 세계 GDP에서 약 1% 포인트가 감소하고 세계 인플레이션이 1.2% 포인트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림>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석유 가격 변 요인 - 공급이 가격 상승 억제!
연준이 다시 화상을 입힐 수 있다!
1970년대 아서 번스 연준 의장은 너무 일찍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부활했고, 그의 후임자인 폴 볼커는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2024년에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공급 충격으로, 중동 분쟁이 격화되어 유가와 해상 운송로가 타격을 입을 경우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월 고점 대비 1%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금융 여건이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경우입니다.
수익률 1% 포인트 하락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미국 경제 모델에 대입하면 내년 인플레이션이 0.5% 포인트 상승하여 목표치인 2%보다 3%에 가까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연준은 금리 인하를 비롯한 정책 전환을 늦추거나, 심지어 인상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습니다.
연준 연설자의 발언에서 그들의 태도 변화를 포착하는 ‘연준 발언지수’는 점차 비둘기파 쪽으로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준 연설과 기자 회견에 관한 5만 9,000개의 뉴스 헤드라인을 학습한 이 모델은 아직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에는 멀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림> 연준 발언지수 동향 - 비둘기파로의 변신?
유럽의 경기침체 위험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은 한 세대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의 막바지에 와 있습니다. 거시경제 모델에 이들의 금리 인상을 대입해 보면 경기 침체라는 명확한 예측이 나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모델에 따르면 유로 지역 국내총생산은 2.5%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국의 경우 이에 상응하는 수치는 4.7%입니다. 물론 실제 GDP 데이터는 경제가 아직 크게 둔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지 만, 불황이 찾아올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물론 모델이 틀릴 수도 있지만, 통화 정책의 영향이 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경향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미 독일이 2024년 경기위축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독일 경제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죠. 더 나아가 중국산 전기차의 약진은 독일이나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같은 자동차 공업국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림> 실제 영국 GDP vs.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예상
<그림> 중국산 전기차(EV)의 대 유럽 수출 급증으로, 무역흑자 기조 흔들려
흔들리는 중국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중국의 2024년 성장률은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으며, 꾸준한 경기 부양책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막대한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기본 시나리오는 중국이 궁극적으로 2024년 성장률을 4.5%로 예측하면서 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작년보다 하락한 수치이며 팬데믹 이전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재앙은 아닙니다.
(잠재) 리스크는 확고하게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경기 부양책이 늦게 나오고 달러 부족사태가 심화되면 성장률이 3% 내외로 둔화될 수 있습니다. 1989년 일본과 2008년 미국처럼 부동산 침체가 금융위기를 촉발하면 공식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실제로는 경제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그림> 부동산 부문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일본의 수익률 곡선 통제력 상실
일본에서 2024년은 새로운 리더를 맞이한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고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정책인 수익률 곡선 통제(YCC) 정책를 포기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YCC 정책의 목표는 위축된 일본 경제를 다시 부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효과는 캐리 트레이드의 형태로 전 세계에 파급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제로 원가를 보장하는 엔화로 대출을 받은 다음 4%의 금리를 주는 미국 국채나 그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신흥국 채권을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은 더 높아졌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일본은행이 7월에 정책 기조를 완화적으로 유지하되 YCC 출구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에 신중한 신호를 보내면 순조롭게 진행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지 않고 엔화 가치가 급등(=달러/엔 환율 하락)하면 미국 국채와 기타 고수익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완화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는 4조 1,0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규모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림>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
티핑 포인트에 선 우크라이나
지난 해 4분기에 진행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로 돌아간 후, 서방 후원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패배할 위험이 있으며, 특히 미국의 군사 지원이 끊기면 러시아가 결정적인 전장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교착 상태가 출현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과거 분쟁의 기록은 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침략자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정부들은 대담해진 러시아 군대가 국경에 도착하고, 거기서 멈추지 않으려 들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게 미국이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점을 설득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전쟁 억제력이 약해지면 지역 강대국들이 오래된 앙금을 풀거나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내려고 하기 때문에 세계 다른 곳에서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최근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간의 영토 분쟁이 한 예입니다).
<그림> 전쟁 기간 변화에 따른 공세종말점 확률(%)
대만의 미래를 바꾼 선거
대만에서는 지난 주말 대선 투표에서 라이칭 부총통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여 집권 민진당(DPP)에 전례 없는 세 번째 권력을 부여했습니다. 중국 본토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대규모 군사 훈련이나 경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라이 당선자를 '분리주의자'로 보는 중국인들의 관점을 생각할 때, 향후 몇 달 동안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서 대만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쟁이 발생하면 칩 공급 차질, 무역로 차단, 경제 제재로 인해 전 세계 GDP의 10%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나 팬데믹과 같은 대형 충격의 영향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합니다.
전쟁은 극단적인 시나리오입니다.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스트레스가 더 높아지면 대만 반도체 제조사를 중요한 공급업체로 삼고 있는 애플과 엔비디아 같은 시장 선도 기업이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림> 중국의 대만 침공이 세계 GDP 성장률에 미칠 영향(%)
미국의 대통령 선거
202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의 재대결로 압축되고 있으며, 바이든은 스윙 스테이트에서 여론조사 초반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2025년에 급격한 정책 전환을 가져올 수 있으며, 특히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무역 파트너들이 현물 보복에 나서면 미국 GDP가 0.4% 감소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유럽과 같은 파트너 및 중국과 같은 라이벌과의 무역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입니다. 나토 군사 동맹을 주도하려는 미국의 열망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선거 자체가 치러져야 하고 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이 있습니다. 2021년 1월 6일에 있었던 투표 후 폭력사태는 미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림> 10% 관세 부과 첫 해의 각국 GDP 성장률 변화(%)
물론 이상의 위험 요인들은 모두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23년에 비해 2024년 성장률이 소폭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니, 위험 요인의 일부만 현실화된다는 쪽에 베팅한 셈입니다. 아무튼 세계경제는 회복 과정에 있습니다만, 아직 역풍이 만만찮게 불어오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