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2월 FOMC, 매파적이지만 무섭지 않은..
미 연준의 금리결정회의(이하 FOMC
)는 별 다른 일이 없는 한 1년에 8번 열립니다(1월, 3월, 5월, 6월, 7월, 9월, 11월, 12월). 이 가운데에 분기 말에 열리는 회의(3월, 6월, 9월, 12월)에서는 경제전망과 함께 점도표가 발표됩니다.
점도표의 각 '점'은 19명의 FOMC 멤버들이 생각하는 해당 년도 말의 적정 정책금리를 나타냅니다. 아래 <그림1>을 보면, 2022년 9월 FOMC에서는 대다수의 맴버들이 2023년 말 정책금리가 4.50 ~ 4.75%로 예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12월 FOMC에서는 가장 많은 맴버들이 2023년 말 적정(?) 정책금리가 5.00 ~ 5.25%일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즉 3달 만에 2023년 말 정책금리 예측치가 0.5% 포인트 높아진 셈입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
<그림1> 2022년 9월과 12월 FOMC 점도표 변화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연준의 통화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미국 국채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죠.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미국 10년 물 국채금리는 드디어 3.5%가 깨졌고 2년 물 국채금리도 하락 흐름이 완연합니다.
정책금리가 계속 인상된다는데, 왜 채권금리가 빠졌을까요?
<그림2>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파란선)와 2년 만기 국채금리(녹색선)
이에 대한 유력한 해석은 연준의 금리인상 계획이 실현되지 못할 것
이라고 배팅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
그 답은 FOMC에서 발표된 경제전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녹색 영역으로 마킹한 부분이 2023년 경제전망의 변화인데, 기존 1.2% 성장을 예상하던 것이 0.5%로 무려 -0.75%포인트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즉, 미국 경제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 제로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인플레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결과, 경제가 2년 연속 제로 성장한다? 이 전망을 받아들일 국민과 정치가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더 나아가, 경기가 이렇게 나빠지는 데 근원 인플레(Core PCE) 상승률이 내년 3.5%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이상합니다.
<그림3> 2022년 9월과 12월 FOMC 경제전망의 변화
왜 이상한가?
2022년 7월부터 인플레 압력이 급격히 꺾였는데.. 내년 인플레 전망을 더욱 상향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7~11월 동안의 미국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단 1.0%에 불과하니, 이 속도대로 인플레가 진행되면.. 2023년 6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극초반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즉 FOMC에서는 2023년 인플레 전망을 상향했지만, 현실은 지금 정반대로 가는 중이라는 겁니다. 물론, 현재의 인플레 압력 둔화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 압력이 다시 강화될 것이라는 근거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림4> 미국 소비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 추이(MoM, %)
그러나..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인플레 압력이 약화되는 신호가 훨씬 우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집세(Shelter price) 상승률인데, 2022년 말을 전후해 급격히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집값이 떨어지면서 집세 물가의 상승 압력이 약화되는 중이죠.
물론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습니다만..NAHB 주택시장 지수는 2012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인 33pt를 기록하는 등 각종 선행지표는 죄다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러한 데, 집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인플레를 유발할 것으로 보기 어렵죠. 더 나아가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의 하락 추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그림5>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붉은선)과 집세물가 상승률(파란선)
⭐핵심요약⭐
1.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2023년 말 정책금리 예상치를 0.5% 포인트 인상했다.
2. 그럼에도 미국 채권금리는 동반 하락했다.
3.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연준이 내년에 계획대로 금리를 인상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4.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어두운 데다, 인플레 압력도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이 부각되었다.
5. 특히 부동산시장이 최근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집세 물가의 상승 압력도 연말을 전후해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