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을 연상시키는 경제 흐름
이번 시간에는 1996년과 현재 경제 상황을 비교해 볼까 합니다. 1996년 12월, 미 연준 의장 그린스펀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당시 주식시장의 버블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 가격이 폭락하고, 일본 엔과 중국 위안 등 경쟁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졌죠.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지금 재현되는 중입니다. 파월 연준의장은 고금리 정책 시행 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데다, 반도체 가격이 폭락했고, 일본과 중국의 화폐가치가 추풍낙엽이니까 말입니다. 그럼 앞으로 한국의 미래는 외환위기밖에 없는 걸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1997년 같은 유형의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의 구조가 세 가지 측면에서 크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1997년에 비해 가장 달라진 것은 외채 구조입니다.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채는 1조 4,611억 달러에 그치지만 대외 금융자산이 2조 2,251억 달러에 이릅니다. 이 둘의 차이를 나타내는 순 대외 금융자산은 7,640억 달러에 이르니,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채권 국가로 등극한 셈입니다. 다른 나라에 투자함으로써 우리 국민들은 이자와 배당금 수입을 두둑하게 챙기고 있으며, 실제로 본원 소득수지는 2023년 1~8월 23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997년처럼, 일거에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면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러 갈 가능성은 낮습니다.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빼서 가져오기만 해도 금방 외환시장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1996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의 <표>는 국내은행들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보여주는데, 국제결제은행(BIS)은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할 목적으로 다양한 자기자본비율을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주 자기자본비율은 7.0% 이상, 그리고 기본 자본비율은 8.5%를 유지해야 ‘건전’하다고 평가하는 식입니다. 2023년 6월 말 현재, KB는 보통주 자기자본비율이 13.78%이고 기본 자기자본비율이 15.61%입니다. 낮은 편에 속하는 지방은행, BNK도 보통주 자기자본비율이 11.44%이고 기본 자기자본비율이 12.53%입니다.
정부가 DSR이나 LTV 규제를 가하며 대출을 억제한 데다, 배당도 세계 수준에 비해 낮게 유지하며 자기자본을 쌓은 덕분이겠죠. 그러나 지나치게 자본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돈이 필요한 가계나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아,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외환위기 트라우마 때문이겠지만, 국내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이 크게 감소하는 등 혁신 성장의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연구개발 예산이 깎일 징후가 보이지 않으며, 실제로 2022년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 건수에서 삼성전자가 1위 그리고 LG가 3위를 차지한 것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수년 내에 한국이 1997년 유형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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